"화장실은 문화 공간" 의식 대전환
요즘 화장실은 문화공간이다.
단지 화장실에 그림과 음악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화장실 자체가 예술 작품처럼 보는 이들에게 심미적 즐거움을 주게 됐다는 의미다.
독특한 외관의 공중화장실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경. 2002월드컵 유치가 계기가 됐다. 공동 개최국인 일본 보다 한국이 어떤 점에서 앞서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정부 차원에서 깨끗한 공공화장실을 늘려 경쟁력을 갖추자는 결론을 내렸다.
화장실 관련 시민단체들의 활발한 활동도 문화 화장실들이 생겨나는데 한 몫을 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등의 시민단체들이 생겨났고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익숙한 문구의 스티커를 화장실 문에서 발견할 수 있던 것도 이 때부터다.
2002 월드컵은 끝났지만 지자체들의 이색 화장실 짓기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외관이 독특한 화장실들은 그 지역 명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지역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을 뿐더러 '아름다운 화장실'로 선정되면 행정자치부가 화장실 개선 사업을 위한 추가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색 화장실로 유명세를 탄 몇몇 지자체들은 "이젠 화장실도 우리 지역의 관광명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다. 다음은 각 지자체가 내세우는 간판급 화장실들이다.
▦ 그랜드 피아노 화장실 = 남양주시는 지난 8월말 화도 하수처리장에 높이 10.9m, 가로 18.81m 규모의 그랜드 피아노 모양의 화장실을 세웠다.
피아노 화장실은 남양주시가 국내 최초로 개최한 '이색 화장실 설계 디자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이곳은 건물 외관도 아름답지만 내부 역시 큰 창으로 바깥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하고, 파우더룸, 휴게실 등의 휴식 공간을 설치해 이용자들의 편익을 고려했다.
대형 창을 통해 화장실 뒤편 인공폭포가 보이고 따로 마련된 휴게실에 앉아 하수처리과정도 지켜볼 수 있어 아이들에겐 체험학습 장소로도 인기가 좋다.
그랜드 피아노 화장실은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준비위원회가 발간하는 화보집 '전문가가 추천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화장실 30선'에 소개될 예정이다.
▦ 축구공 화장실 = 수원시에는 축구공 모양의 화장실이 두 곳 있다.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맞은편 야외음악당과 수원 월드컵 경기장 공공화장실이다.
2002년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의 우승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두 화장실은 월드컵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기념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특히 수원 월드컵경기장 화장실은 올해 5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준비위원회 참석차 방한한 마를롱 도나동(26) 브라질 빌례냐시 시장이 축구 강국인 자신의 나라에도 같은 모양의 화장실을 짓고 싶다고 밝혀 설계 도면이 수출되기도 했다.
▦ 직지문화공원 화장실 = 경북 김천시는 2004년 직지문화공원을 조성하면서 원형 갓 화장실과 쌍무지개 화장실 등 이색적인 외관의 화장실을 설치했다.
두 곳 모두 지난 해 문화운동시민협의회가 주관하는 '아름다운 화장실'에 선정된 바 있다.
갓 모양의 지붕이 이색적인 원형 갓 화장실은 특수유리에 훈민정음 언해본을 새겨 외벽을 장식했다. 또 두 줄기의 무지개가 지붕을 이루는 쌍무지개 화장실은 외벽에 컬러유리를 사용해 사계절 자연을 새겨넣었다.
두 화장실 내부에는 직지사 등 김천시의 관광문화유산 사진과 그림이 벽화로 장식돼 있는데 간략한 소개도 함께 있어 여행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 첨단 유비쿼터스 화장실 = 서울시가 올해 뚝섬과 여의도에 1개소씩 설치한 유비쿼터스 화장실은 겉만 보면 일반 이동식 화장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변기마다 설치된 센서가 이용자 수를 감지하고 내부 온도는 물론 전기ㆍ물 사용량까지 매 시간 체크해 담당자에게 알려주는 최첨단 화장실이다. 센서가 화장실 설비 이상을 알리면 관리자는 모니터로 상황을 확인하고 바로 대응할 수 있다. 또 휴지나 비누 등의 물품이 떨어진 경우 바로 관리자에게 문자 메시지가 전송 된다.
한강시민공원 내에 있는 121개소 공공화장실 관리를 맡고 있는 김보선 서울시한강사업본부 환경과 주임은 "현재 두 곳만 시범적으로 유비쿼터스 화장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유비쿼터스 화장실 수를 늘릴 계획"이라며 "매 시간 컴퓨터로 화장실 상황을 모니터 해 화장실을 늘 깨끗하게 관리 할 수 있어 시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 2007. 9.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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