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유비쿼터스 기술 도입까지
화장실이 왜 변해야 하는가
옛말에 ‘처가와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고 했다. 냄새 나고 더러운 화장실은 감춰둬야 마땅한 혐오시설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화장실을 혐오시설 보다는 생활공간의 일부로 여기고 집을 지을 때도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이는 공중화장실이나 사설화장실도 예외가 아니다.
40대 가장 이 모 씨는 지난 해 자택 화장실을 리모델링 했다. 요즘은 어딜 가도 세련된 인테리어에 깔끔하게 정돈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화장실이 그 수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부인과 아이들이 하루 중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을 감안, 화장실을 밝고 아늑한 장소로 꾸미는데 주안점을 뒀다.
벽과 바닥은 밝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베이지색 타일로 마감을 했고 창문을 크게 내 햇볕이 잘 들어올 수 있게 했다. 또 변기에 앉아 있을 때 풍경이 보기 좋도록 창밖에 나무를 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씨는 “화장실 리모델링 후 찾아오는 손님들 마다 화장실을 보고 감탄을 한다”며 “화장실 수준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수준을 말하는 것 같아 관리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김우태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조직위원회 대외협력국장은 이 같은 현상을 생활 수준의 변화와 연결시킨다. 김 국장은 “화장실은 문화와 인권의 문제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위생과 문화 수준을 위해 더 나은 화장실을 원하게 되는 것”이라며 “집에서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딜 가든 내 집 화장실 만큼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어하게 됐고 그런 요구가 공중화장실 수준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까지는 화장실의 수준이 개인 혹은 국가의 이미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불편한 것’중 화장실 문제를 1위로 꼽았지만 열악한 공중 화장실 수준은 나아질 줄 몰랐다.
하지만 월드컵 등 몇 차례의 국제 행사를 치르며 한국의 공중화장실 수준은 전세계가 놀랄 만큼 선진화됐고 외신은 이를 두고 ‘화장실 혁명(Toilet Revolution)’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화장실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도 덩달아 높아졌다. 처음엔 주인도 없는 공중화장실에 분수대를 설치하고 그림을 거는 것이 사치라고 비판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이제 문화와 휴식이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정미경 세계화장실협회 대외협력팀장은 이를 두고 “화장실이 배설의 공간에서 휴식 공간으로, 폐쇄공간에서 개방공간으로, 혐오시설에서 문화시설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장실 이용 문화도 바뀌었다. 단적인 예로 예전엔 화장실에 있는 휴지를 가져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정미경 팀장은 “수 차례의 대형 국제 대회를 치르면서 시설의 선진화와 이용자들의 태도 선진화가 동시에 이뤄졌다”며 “한국 화장실 혁명(Korea Toilet Revolution)은 바로 정부와 NGO, 국민 삼자가 함께 이루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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