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연행(燕行) 길에서 처음 요동벌을 대면하고는 느닷없이 외친다. "참 좋은 울음터로다. 가히 한 번 울
만하구나."
한 점의 산도 없이 1200리나 펼쳐진 벌판을 보고 통곡하기 좋은 곳이라니. 어리둥절한 동행자의 질문에 연암의 장광설이 풀려 나온다. 이른바 '호곡장(好哭場)론'이다.
"천고의 영웅과 미인이 눈물이 많다 하나 몇 줄 소리 없는 눈물만 흘렸을 뿐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 금석(金石)으로부터 나오는 듯한 울음은 울지 못했소. 사람이 슬플 때만 우는 줄 알고 칠정(七情) 모두가 울 수 있음은 모르는 모양이오. 기쁨.노여움.즐거움.사랑.욕심 모두 사무치면 울게 되는 것이오. 불평과 억울함을 풀어 버리는 데 소리보다 더 빠른 것이 없으니 울음은 천지간에 있어 우레와도 같은 것이오. (…)"
천지간에 막힌 기운이 천둥으로 풀리듯 박지원은 통곡으로 가슴속 응어리를 토해낸 것이다. 그것은 환희의 눈물이요, 분노의 눈물이었다. 우물 안 당쟁에서 벗어나 "하늘 끝과 땅 변두리가 맞닿은" 장관을 마주한 기쁨이요, 지평선을 향해 말 달리던 조상의 땅을 청 황제의 칠순잔치 축객으로나 밟아야 하는 울분이었다.
연암은 알지 못했겠지만 감정이 복받쳐 흘리는 눈물은 단순히 자극을 받아 흘리는 눈물과 성분이 다르다. 눈물은 99%가 물이고 나머지는 나트륨.칼륨과 알부민.글로불린 같은 단백질이다. 그런데 감정이 들어간 정서적 눈물에는 자극성 눈물보다 단백질이 25%나 많다고 한다. 긴장을 풀고 안도하며 적대감을 완화함으로써 면역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남자보다 다섯 배 정도 더 자주 운다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장수하는 이유 중 하나다.
눈물은 나트륨 성분 때문에 짠맛이 나지만 그중에서도 분노의 눈물이 가장 짜다. 분노에 차면 교감신경이 흥분해 수분이 적고 나트륨이 많은 눈물이 나오기 때문이란다.
고국을 방문 중인 수퍼보울 영웅 하인스 워드가 명예 서울시민증을 받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은 연암의 것만큼 짜지 않았으리라. 눈물이 많다는 그가 앞서 흘린 눈물보다도 짜지 않았을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평가대로 그의 눈물은 "한국의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을 성찰케 하는 값진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가 '냄비 근성'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눈물만큼 빨리 마르는 것은 없다"던 키케로의 경계가 이번만큼은 사실이 아니었으면 한다.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훨씬 짜디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줄을 설 테니 말이다.
한 점의 산도 없이 1200리나 펼쳐진 벌판을 보고 통곡하기 좋은 곳이라니. 어리둥절한 동행자의 질문에 연암의 장광설이 풀려 나온다. 이른바 '호곡장(好哭場)론'이다.
"천고의 영웅과 미인이 눈물이 많다 하나 몇 줄 소리 없는 눈물만 흘렸을 뿐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 금석(金石)으로부터 나오는 듯한 울음은 울지 못했소. 사람이 슬플 때만 우는 줄 알고 칠정(七情) 모두가 울 수 있음은 모르는 모양이오. 기쁨.노여움.즐거움.사랑.욕심 모두 사무치면 울게 되는 것이오. 불평과 억울함을 풀어 버리는 데 소리보다 더 빠른 것이 없으니 울음은 천지간에 있어 우레와도 같은 것이오. (…)"
천지간에 막힌 기운이 천둥으로 풀리듯 박지원은 통곡으로 가슴속 응어리를 토해낸 것이다. 그것은 환희의 눈물이요, 분노의 눈물이었다. 우물 안 당쟁에서 벗어나 "하늘 끝과 땅 변두리가 맞닿은" 장관을 마주한 기쁨이요, 지평선을 향해 말 달리던 조상의 땅을 청 황제의 칠순잔치 축객으로나 밟아야 하는 울분이었다.
연암은 알지 못했겠지만 감정이 복받쳐 흘리는 눈물은 단순히 자극을 받아 흘리는 눈물과 성분이 다르다. 눈물은 99%가 물이고 나머지는 나트륨.칼륨과 알부민.글로불린 같은 단백질이다. 그런데 감정이 들어간 정서적 눈물에는 자극성 눈물보다 단백질이 25%나 많다고 한다. 긴장을 풀고 안도하며 적대감을 완화함으로써 면역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남자보다 다섯 배 정도 더 자주 운다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장수하는 이유 중 하나다.
눈물은 나트륨 성분 때문에 짠맛이 나지만 그중에서도 분노의 눈물이 가장 짜다. 분노에 차면 교감신경이 흥분해 수분이 적고 나트륨이 많은 눈물이 나오기 때문이란다.
고국을 방문 중인 수퍼보울 영웅 하인스 워드가 명예 서울시민증을 받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은 연암의 것만큼 짜지 않았으리라. 눈물이 많다는 그가 앞서 흘린 눈물보다도 짜지 않았을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평가대로 그의 눈물은 "한국의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을 성찰케 하는 값진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가 '냄비 근성'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눈물만큼 빨리 마르는 것은 없다"던 키케로의 경계가 이번만큼은 사실이 아니었으면 한다.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훨씬 짜디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줄을 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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