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環景은 生命이다

물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

물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

 

21세기 인류 공통의 걱정거리는 에너지와 물이다. 에너지는 최근 원유가격이 많이 올라가고, 정부에서 여러 가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물 문제는 아직도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산유국도 아니고, 에너지의 98% 이상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반면에 물은 우리 주위가 온통 물인데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분명히 우리나라도 유엔이 지정한 20개 물부족 국가 중 하나다.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로 분류된 분명한 이유가 있다. 연간 강수량의 3분의 2가 여름에 집중되고 하천의 깊이가 얕아 물을 담아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은 전 세계 인구가 먹고 남을 만큼 많다. 문제는 물이 골고루 분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나 눈도 오는 지역에만 내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매년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30%에 해당하는 600만㏊라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땅이 사막화되고 있다. 따라서 물부족과 이로 인한 사막화는 어느 한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숙제 중 하나다.

사막화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첫 번째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나무를 심는 일이다. 그러나 심은 나무가 자라기 위해 물이 필요하다. 또 그 물은 민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민물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지구의 70%가 물로 덮여 있다. 그중 97.5%가 바다이고, 나머지 2.5%만이 민물이다. 그나마 민물의 70%는 남극 대륙이나 그린란드의 만년설 등에 있는 빙하이고, 나머지도 대부분 땅속에 지하수의 형태로 있거나 우리가 사용하기 어려운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민물은 지구상에 있는 물 중에서 고작 0.007%에 불과하다.

실제로 사막이 많은 중동지방에서는 벌써부터 지구상에 거의 무진장 널려 있는 바닷물에 눈을 돌려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방법에는 열을 이용한 증류법과 특수한 막을 이용하는 막분리법, 그리고 냉동법 등이 있다. 증류법은 말 그대로 바닷물을 가열하면 소금기만 남고 수분은 증발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실용화된 담수화 시설의 약 80%가량이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막분리법은 특수한 막을 사용해 물은 통과시키지만 소금기 등 물에 녹아 있는 이물질들은 통과시키지 않는 원리를 이용한 방법이다. 그리고 냉동법은 바닷물을 얼리면 수분의 결정이 생기는 것을 이용해 물과 소금기를 분리하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세계 해수담수화 설비의 약 40%를 공급할 정도다.

어떤 방법이든 담수화하기 위해서는 열이나 전기 등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를 지금까지는 대개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에 의존해 왔다. 현재 전 세계 담수화 시설은 대부분 중동지방에 건설돼 있고 여기에 쓰이는 에너지는 주로 화석연료로 충당한다. 규모는 원자력발전소 20개 분에 해당하는 2000만㎾에 달한다.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2 정도가 매장돼 있는 중동지역도 계속해서 석유를 물로 바꾸기는 어렵다. 석유도 계속 고갈돼 가고 있고, 가격이 올라가 해수담수화에 석유를 계속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즈음 중동의 많은 국가가 한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해수담수화용 원자로인 스마트 원자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해 건설 타당성을 문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 원자로는 인구 10만 명의 도시에 물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