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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사는 이야기

[스크랩]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열가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열 가지

 

꼭 암이나 불치병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군가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심정이 어떤가를 잘 알고 있다.

주위에서나 혹은 가까운 친지나 가족이 암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다보면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누리다'가 간다면 하는....... 간절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친정 어머니는 6 년 전에 위암 선고를 받으셨다.그 때 병원에서는 3 기 진단을 내렸는데

어머니는 그냥 가벼운 초기 위염으로만 알고 지내셨다.그러다가 다행히 완치는 되셨지만

그 때 부터 내 삶도 조금씩 달라졌다.

 

어머니처럼 살고 싶어하지 않는 세상의 모든 딸들 처럼 나 또한 그렇게 긴 생을 초라하게

맞이하다가 중병으로 쇠약해진채 무언가에 질질 끌려서 지쳐가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평소에 나는 어머니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암에 걸리신 뒤로 어머니는 좀 달라지셨다.

예전에는 꾹꾹 참고 있었던 일들도 잘 참지 않으셨고 사고 싶은 걸 사쓰면서 인생을 즐기는

모습도 보여주셨다.

 

그러나 연세가 드셔서인지 어머니의 삶은 병이 발병된 후로도,완치가 된 후로도 

별반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칠 십 평생 가까이 몸에 지니고 계셨던 습성들이나 성격이나 관습이 하루 아침에 변하기란

어쩌면 불가능할 것이었다.

 

만약 이 십대나 삼 십대 혹은 사 십대에 암이나 중병에 걸리면 사람은 근본적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라는 몸과 영혼의 절실한 울음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찬찬히 돌아보고 그 안에서 교훈을 얻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들을 즉시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바로 그 일은 평소에 그리던 꿈을 찾고 그 꿈을 글로 기록한 뒤에

그 꿈을 향해 즉시 발걸음을 뚜벅 뚜벅 옮기는 것이다.

 

결연하면서도 확신을 갖고!

혼자 있으면 굵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지언정

누군가 곁에 있으면 얼른 웃음을 짓는 얼굴로!

조급해하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게!

 

 

가끔은 좆!이나 시발!을 뱉으면서 부조리한 삶에 대놓고 욕지거리를!

그 욕설은 타인이나 가족이나 세상에 대한 분노이기보다는

어쩌면 자신에게로만 보내는 그런 쌍욕이어야 한다.

 

 

그동안 무심코 꿈을 흘러보낸 지난 세월에 대한 정당한 분노여야만 한다.

가면을 쓰고 살았던 자신에게 두터운 가면을 벗고서

이제서야 한 번쯤 징하게 발가벗고 세상을 향해 달음박질치라는

그런 징하디 징한 거시기! 여야 한다.

 

혀 안으로 작은 알사탕을 잽싸게 굴리듯이 부드럽게 좆을!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생강사탕 같은 욕설을 스스로에게 쏟아붓고 나서

그 자리에서 생각나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열 가지"를 재빠르게 찾아 보는 거다.

 

 

마지막으로 유서를 쓰는 일처럼 절실한 꿈 열가지를 다 쓰고나서

비로소 그 꿈들을 실천해 나가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열 가지'는 무엇일까.

갑자기 생각을 해보려고 하니 그저 무감각 해진다.

 

그냥 번개불에 콩구워 먹듯이 생각난 것이라면 대충은 이렇다.

 

1.지금 당장 보고 싶은 사람에게로 달려가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 키스한다.

미술관 전시회에 가서 감시 카메라가 돌아갈 때를 기다려서 진하게 포옹한다.

 

2.아이들에게 내가 자란 고향의 산천과 바다를 보여준다.

 

3.놀이공원에 가서 가장 높이 매달려 있는 놀이기구를 하나쯤 골라서 타본다.

 

4.같이 사는 식구들과 함께 무서운 <귀신의 집>에 함께 손잡고 들어가 본다.

무섭다고 소리치고 덜덜 떨면서 그안을 돌다가 끝에는 미소지으며 유유히 통과해 나올 것.

 

5.번지점프를 해본다.

 

6.가능하다면 수영을 배워본다.

더 가능하다면 가장 멀리 있는 바다로 헤엄쳐 나가본다.

 

7.아주 어린 새끼 고양이를 여러마리 키워본다.

 

8.마지막으로 몸에 걸치고 있던 모든 옷을 훌훌 벗어버린 후에 작은 섬으로 들어간다.

 

9.그 섬에서 죽는 날까지 그림 그리고 쓰고 읽고 노래할 것이다.

 

10.그리고 줄기차게 먹고 즐길 것이다.

달고 짜고 쓰고 맵고 싱겁고 시고 차갑고 뜨거운 온갖 음식들과 사람을........

 

 

 

 

 

 

 

 

 

 

낸시 킨케이드의 "침대를 뗏목 삼아"는 미국에서 널리 알려진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감독 이자벨 코이셋은

영화 "나 없는 내 인생"( My Life Without Me )에서

스물 세 살에 말기암 선고를 받은 여주인공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열 가지"를 이렇게 글로 적게 한다.

 

1.딸들에게 사랑한다고 매일 여러 번씩 말해주기

 

2.남편에게 조신한 신부감 구해주기

 

3.애들이 열 여덟이 될 때 까지의 매년 분의 생일 축하 메시지 녹음하기

 

4.가족 모두 웨일베이 해변으로 놀러가기

 

5.담배와 술을 마음껏 즐겨보기

 

6.내 생각을 말하기

 

7.다른 남자와 섹스해 보기

 

8.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들기

 

9.감옥에 계신 아빠 면회 가기

 

10.인조 손톱 끼워보기 (머리 모양 바꾸기)

 

 

 

그동안 꿈은 커녕 하루 하루 먹고 살기도 벅찰만큼

힘든 삶을 이어온 여주인공이 그동안 꿈도 없이

살아온 인생을 한탄하면서 욕을 하다가

서러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열 일곱살에 한 남자랑 눈이 맞아 아웅다웅 살다가 집 한 칸 없이

컨테이너 안에서 애 둘을 낳고 살아온 가난한 여자에게 말기암은

극복할 수 없었던 현실처럼 무겁지만

그녀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한다.

 

'나 없는 내 인생'을 버리고 스스로를 찾기 위해서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스스로에게 생각을 하라고 다그친다.

 

 

 

 

 

가끔은 초라한 자신에게 좆!이나 시발!하고 욕을 하다가 울지만 끝내 주저 앉지는 않는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열가지'를 수첩에 적은 후에 차근 차근 실현해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강렬한 흥미를 이끌어낸다.

 

특히 첫사랑이었던 남편을 위해 조신한 신부감을 구해주는 대목이나

다른 남자랑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하는 부분은 불륜의 문제를 뛰어넘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소재면에서 본다면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진부한 최루성 영화이긴 한데

암이나 불치병을 조장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저 그런.......

정서가 조잡한 그런 드라마라고 우습게 보았다가는 큰코

다치는 영화이다.

 

제아무리 강심장에 건조한 심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이 영화에는 지나치기 힘든

몇몇 강렬한 장면들이 꽤나 있다.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면서도 죽기 전에 다른 남자랑 강렬한 사랑에 빠지는 모순은 우리의 정서에는

얼핏 반하는 내용이지만 어쩔 수 없는 아픔 때문인지 눈물샘을 자극한다.

 

 

 

 

특히 여주인공인 "앤"과 사랑에 빠진  "리"가

다리 위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앤에게 던지는 마지막 대사들은

사랑에 눈이 먼 자의 고백과는 다르게 사랑에 기꺼이 빠져든 사람들의 고뇌를 보여준다.

 

리:난 사랑에 빠졌어요.

당신(앤)이 있어서 세상이 덜 끔찍해졌어요.

 

제 남은 인생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그리고 두근거림과 불안함.고통과 행복.

두려움까지도 함께 하고 싶어요.  

 

난 항상 당신을 만지고 싶어요.

당신과 당신 딸들을 돌봐주고 싶고.....

 

심지어 당신 남편에게 좋은 직업을 구해주고

당신을 바퀴없는 집에서 살게 해주고 싶어요.

그래요.난 전형적인 사랑에 빠졌어요.

 

앤:리......당신을 사랑해요.

삶이란 생각보다 훨씬 더 멋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당신과의 춤은 정말 좋았어요.

 

 

 

교도서에 수감되어 있던 아버지와 딸이 해후한 후에 오랜만에 나누는 대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 권의 철학책을 통째로 먹어 치우는 감비로움이 깃들어있다.

 

아버지:정말 힘들구나.

이건 마치 누군가를 사랑은 하면서도 행복하게 해주진 못하는거야.

사랑은 하고 있지만 .......그 사람들이 사랑받고 싶은 방법으로는 사랑을 못해주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앤과 아버지가 만나서 나누는 대화 전체에 이 영화의 철학이 전부 다 녹아 있다.

우리는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갇혀서 사랑을 전하고 싶어도 그 누구의 시선이 두렵거나

그 누군가의 눈이 무서워서 스스로의 생각을 감추고 사랑을 감춘다.

 

감옥이라는 공간이 주는 제약과 거리의 제약 그리고 시간의 제약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 놓는다지만 눈에 안보이는 감옥에 갇혀서 서로를 불신하는 부모를 바라보던 앤은

착잡해하면서 나중에는 부모 모두와 화해를 시도한다.

 

책임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한없이 초라하게만 살다가 수퍼마켓에 가서  바라보는 세상은

그야말로 춤추는 세상이기도 하다.

 

음식을 고르고 옷을 고르고 온갖 잡화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틈새 안에서 춤추는 사람들......

그 때 가서야 앤은 자신이 인생을 즐기지 못했음을 한탄한다.

 

한낮의 꿈처럼 그저 짧은.....

삶이란 후회하기에도 짧은

그저 잠시 잠깐의 소풍이란 것을 그녀는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워서 깨닫는다.

 

 

침대가 뗏목처럼........흔들리는 순간 그녀가 본 것은

아이들과 남편이 새로 맞이한 아름다운 여인과 웃는 모습이고

자신을 죽도록 사랑한 남자 '리'가 새롭게 삶을 살아갈 결심을 하는 모습이다.

 

이 영화는 그렇게 엔딩 크레딧을 천천히 올린다.

침대를 뗏목삼아......어딘가를 흐르고 있을 앤의 영혼이 문득 그립다.

 

 

 

 

 

-蘭이-


출처 : 벌거벗은 만화
글쓴이 : 蘭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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