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環景은 生命이다

기적을 만들어 낸 합성 의약품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는 2년마다 1년씩을 덤으로 더 살아왔다.

그런 일이 어쩌다 한 번 일어난 것이 아니라 지난 60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 결과로 우리의 평균 수명은 무려 30세나 늘어났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병장수(無病長壽)의 꿈이 빠르게 실현돼 왔던 셈이다. 물론 우리의 보건.위생 환경을 크게 개선시켜 준 화학의 힘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값싼 합성 의약품의 대량 보급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였다.

최초의 합성 의약품은 1899년 베를린 특허청에 처음 등록됐던 아스피린이었다.

대부분의 합성 의약품이 그렇듯이 아스피린도 전통 치료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버드나무 껍질의 해열.진통.소염 효과는 기원전 1550년에 만들어진 파피루스에도 기록돼 있고, 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물론이고 고대 중국이나 인도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대부분의 천연 의약품과는 달리 어디에서나 자라는 버드나무의 껍질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훌륭한 민간 치료제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고열에 시달릴 때마다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먹었다면 버드나무는 오래전에 멸종해버렸을 것이다. 그런 버드나무를 구원해 준 것은 19세기에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화학이었다.

우선 버드나무 껍질의 효능이 '살리신'이라는 천연물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야생에 지천으로 자라는 조팝나무의 꽃에 그와 비슷한 효능을 가진 살리실 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천연 약품을 구하기가 그만큼 쉬워졌다는 뜻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1859년에는 독일의 화학자 콜베가 페놀에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약효를 지닌 살리실산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당시 산업폐기물이었던 콜타르에서 분리한 값싼 페놀 덕분에 버드나무와 조팝나무를 괴롭힐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골치 아픈 폐기물도 처리하고, 자연도 보호하고, 귀중한 약품도 얻는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성과였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살리실산은 고열에 시달리는 장티푸스 환자와 류머티즘 환자에게도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그런데 고약한 맛이 문제였다. 류머티즘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구역질을 일으키는 살리실산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독일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은 살리실산을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맛이 훨씬 개선된 '아세틸살리실산'을 만들어냈다. 조팝나무의 학명인 '스피라이아'에 아세트산의 '아'를 붙인 합성 의약품 제1호 '아스피린'은 그렇게 탄생됐다.

아스피린이 우리 몸에서 다양한 생리 작용을 나타내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전달물질의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염증을 완화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후였다. 영국의 존 베인은 그 공로로 1982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합성 의약품 1호인 아스피린의 인기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아스피린이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사실까지 밝혀졌다. 오늘날에도 한 해에 1억 알이 넘는 아스피린이 생산되고 있다.

물론 합성 의약품이 누구에게나 만병통치의 영약(靈藥)은 아니다. 아스피린이 심각한 위장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합성 의약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량 생산으로 값싸게 공급되는 합성 의약품은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현대 의학의 기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천연 의약품에 어쩔 수 없이 들어있는 불필요한 성분에 의한 부작용을 제거하고, 약물의 정확한 생리 기능을 이해하게 된 것도 큰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