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위한, 공무원의 나라
사설 : 중앙일보 2006. 2. 17(금)
올해
우리나라 공무원은 1만1220명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60만 명 중앙관료 시대'에 진입한다. 이 정부 들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만1000여
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 '큰 정부'라는 꿋꿋한 자주 노선은 흔들릴 기색이
없다. 공무원이 늘어 나라가 잘 된다면야 무슨 걱정일까.
감사원이 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한국에서 파견된 연수 공무원이 너무 많은 데다, 대부분 자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파견 목적도 불분명하다"는 내용이다. 외교 관례로 볼 때
이례적인 항의 공문이다. "한국의 파견 공무원들은 의사소통도 안 되고, 전문성이 부족하고, 문서 작성도 제대로 못한다"거나 "(이들로 인해)
업무가 방해받고 소속 부서에서 불만이 많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는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우리 정부는 60억원을 들여 22명의 공무원을
OECD에 연수 명목으로 파견하고 있다.
요즘 국내 경제단체 간부 자리에 눈독을 들이는 고위 공무원이 많다고 한다. 경제단체들이
알짜 부동산을 굴리고 있어 일은 적고 돈은 많기 때문이란 것이다. 실제로 경제 5단체 중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무역협회.중소기협중앙회의
상근 부회장은 관료 출신이다. 순환 근무 형식으로 파견 나오는 공무원도 늘고 있다. 이러니 회원들의 이익 대변은 제대로 못한 채 정부 눈치를
살피며 입맛에 맞는 밋밋한 보고서만 눈에 띌 뿐이다.
앞으로 '작은 정부'는 세계의
추세다. 그러나 우리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공무원 숫자보다 공무원의 생산성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정책 품질이나 공공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진다. 옛말에 머슴 하나 뽑을 때도 밥만 축내지
않을까 열 번은 되짚어본다고 했다. 놀고먹는 철밥통에 혈세를 마냥 쏟아부을 수는 없다. 공무원사회에 경쟁 원리를 확대하고, 불량 제품은 과감히 회수해야 한다. 공무원 천국치고 제대로 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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