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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디자인>

금오아시아나 신사옥

 

 

 

 

단정한 앞태, 화려한 뒤태

《빌딩은 도시의 얼굴을 바꾼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와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는 도드라진 건물 하나가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변화시킨 사례다. 사려 깊은 디자인으로 건물 안팎 사람들의 생활과 도시의 표정을 풍요롭게 만든 오피스 빌딩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보는 이의 시선 배려 간결하고 부드러운 디자인
- 건물 뒷벽 LED 캔버스는 다이내믹한 야경 연출
- 1층 로비엔 작품전시…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


단정한 앞태와 화려한 뒤태.

종로구 신문로1가 197 금호아시아나 신사옥은 입면의 외장 악센트를 대로변이 아닌 뒷벽에 품은 건물이다.

6만9000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붙인 폭 23m, 높이 92m의 디지털 캔버스. 병풍처럼 우뚝 선 폭 5m, 높이 18m의 3개 진흙미술 타일 벽. LED 캔버스는 이정교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 진흙미술 타일 벽은 같은 학교 도예과 신상호 교수의 작품이다.

지나는 사람의 눈길을 붙드는 파랑 초록 빨강 노랑의 예술품을 건물 전면에 내놓지 않고 후면에 둔 것은 건축주인 박삼구(64)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뜻이었다.

박 회장은 남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덕수궁 등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에서 바라본 시선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원했다. 건물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시선보다 바깥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서울을 방문한 사람들이 한 번쯤 머무는 장소에서 바라본 각도에 기업을 상징하는 사옥의 ‘얼굴’을 배치한 셈이 됐다.

LED 캔버스에는 서울의 영문 알파벳 등을 소재로 한 26개의 타이포그래피 영상 작품이 날마다 번갈아 전시되고 있다. 오후 7∼11시 가동되는 LED 캔버스는 고층건물이 없는 정동 쪽 야경을 다이내믹하게 만든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남산에 오른 시민들은 오후 11시 반부터 진행된 신년 카운트다운 쇼를 관람할 수 있었다.

유리 커튼월로 감싼 외벽 디자인의 뼈대는 주변 경관에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기업의 이미지를 간결하게 형상화한 2개의 곡면이다.

건물 뒤쪽 완만한 수평 오목 곡면은 길이 흐르는 형태를 그대로 끌어들였다. 건물 뒤 풍광을 은근히 감싸 안으며 보행자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위아래로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대로변의 회색 곡면 벽체는 순풍을 가득 받고 항해하는 범선의 돛을 연상시킨다.

2005년 개최된 현상설계에 당선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한종률 전무는 “건축가의 제안을 지지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 준 건축주의 역할이 컸다”며 “기존 거리가 갖고 있던 분위기에 신축 건물이 유연하게 어울리도록 하는 데 디자인의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건축면적 1441m²에 지하 8층, 지상 29층으로 올려진 철골철근콘크리트 건물. 한 전무는 “20년 이상 묵은 딱딱한 직육면체 건물이 대부분인 가로에 곡면을 더해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건설 공사가 진행된 2006년 11월부터 2008년 8월까지 현장 옆 보행길 가림 막에는 우제길 씨 등 화가 4명의 7개 판화 작품 사본이 붙여졌다.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지만 보는 이의 시선을 배려하겠다는 시도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1층 로비에 방문객을 위해 놓여진 설치미술가 존 폴 필립 씨의 작품은 출근길 이곳을 지나는 행인들의 시선에 상쾌함을 더해준다.

매일 아침 근처 어학원에 들렀다가 이 건물 앞을 지나 출근하는 최진경(30·회사원) 씨는 “깔끔하게 정돈된 로비를 틔워 놓아 잠깐이나마 시야가 밝아지는 느낌이 든다”며 “재미있는 조형물을 조금 더 늘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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