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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성

종교는 뱀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50> 종교는 뱀이다.

 

#풍경 1 : 중국의 마조(馬祖·709∼788) 스님이 좌선을 하고 있었죠. 이를 본 회양(懷讓·677∼744) 스님이 물었습니다. “스님은 좌선해 무얼 하려고?” 그러자 마조 스님이 답했죠. “부처가 되고자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회양 스님은 암자 앞에서 벽돌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쓱싹, 쓱싹’ 갈기 시작했죠.

그걸 본 마조 스님이 물었습니다. “벽돌을 갈아서 무엇에 쓰려고요?” 회양 스님이 답했죠.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네.” “벽돌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듭니까?” 이 말을 들은 회양 스님이 받아쳤죠.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지 못한다면, 좌선을 한다고 어떻게 부처가 되겠는가?”

그러자 마조 스님이 물었죠.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이 말을 들은 회양 스님이 말했습니다. “수레가 가지 않을 때 수레를 때려야 옳겠는가, 소를 때려야 옳겠는가.”

#풍경 2 : 예수님이 말했습니다. “나에게 ‘주여! 주여!’한다고 하늘나라에 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자라야 하늘나라에 간다(마태복음 7장21절).” 예수님은 또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하고, 마귀를 쫓고, 기적을 일으키는 일’에 대해서도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라고 경고했습니다.

#풍경3 : 원불교 이선종(64·서울교구장) 교무에게 “종교가 뭡니까?”하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이 교무는 “종교는 뱀이다”라고 답하더군요. 깜짝 놀랐죠. ‘엥? 뱀이라니?’ 눈을 크게 떴더니 이 교무는 설명을 보탰죠. “뱀을 잡을 때 어디를 잡아야 합니까? 허리를 잡나요? 꼬리를 잡나요? 아닙니다. 머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물리지 않죠. 허리나 꼬리를 잡으면 되려 물리고 맙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죠.”

그렇습니다. 종교는 ‘뱀’입니다. 그래서 머리를 잡아야 합니다. ‘나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똬리를 틀고 있는 저 뱀(종교)의 머리가 어디인가.’ 그걸 오차 없이, 정확하게 찾아내야 합니다. 불교도 그렇고, 기독교도 마찬가지죠. ‘풍경1’과 ‘풍경2’도 결국 ‘뱀의 머리’를 낚아채는 이야기죠.

회양 스님은 마조 스님을 꾸짖었죠. ‘좌선을 한답시고 앉아서 벽돌만 갈고 있느냐?’는 거죠. 다시 말해 ‘뱀의 꼬리’를 잡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간 도리어 물리고 만다는 거죠. 10년, 20년, 30년 좌선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거죠. ‘뱀의 머리’를 잡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그럼 벽돌 대신 무엇을 갈아야 할까요. 무엇을 갈아야 ‘뱀의 머리’를 틀어쥐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내 안에서 꿈틀대는 욕망과 집착, 그리고 분별이죠. 그걸로 똘똘 뭉친 ‘나의 마음’이죠. 그 마음이 갈리고, 녹고, 부서질 때 비로소 ‘뱀의 머리’가 잡히는 겁니다.

예수의 메시지도 마찬가지죠. “주여! 주여!”만 목놓아 외치는 것은 ‘뱀의 허리’를 잡은 거죠. 그래서 ‘아버지의 뜻대로 살 때’라야 ‘뱀의 머리’가 잡힌다는 얘기입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예수님은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했죠. 그 순간 ‘뱀의 머리’가 잡힌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나의 뜻대로가 아니라 예수의 뜻대로 살 때 비로소 ‘뱀의 머리’를 틀어쥐는 겁니다.

종교는 그냥 뱀이 아닙니다. 맹독을 품은 독사죠. 뱀 중의 뱀입니다. 왜냐고요? 머리를 잡을 땐 ‘약’이 되지만, 꼬리를 잡을 땐 ‘독’이 되기 때문이죠.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생명을 죽이기도 하니까요. 일반 신자들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성직자도 마찬가지죠. 종교에 물린 스님, 종교에 물린 목회자도 우리는 종종 보니까요.

그러니 늘 살펴야죠. 내가 잡은 곳은 어디인가. 뱀의 꼬리인가, 허리인가, 아니면 머리인가.

 

(좋은글이라 옮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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