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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랑

아픈사랑을 위한 기도

아픈 사랑을 위한 기도

 
 

 

 

 

1. 사랑이 아플 때, 그 아픔을 들여다 보게 하소서.

내 아픔이 수고가 아니라, 고마움임을 깨닫게 하소서. 내가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픔도 없었을 것이니, 아픔은 바로 당신의 징후, 당신이 내게 내려준 뼈아픈 선물, 그로 인해 당신이 내게 강림했음을 깨닫게 하는 좋은 공부이게 하소서.



2. 아픔이란 드디어 홀로 있는 축복임을 알게 하소서.

아픔이란 수많은 사람들에 얽혀 잊고 있었던 감미롭고 깨끗한 고독에의 환기임을 느끼게 하소서. 내가 나 자신의 주위를 비움으로써 마침내 오롯한 당신을 살피는 순간임을 느끼고 기뻐하게 하소서. 아프지 않으면 지나쳤을, 미묘한 당신의 존재, 당신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삶의 생기들을 맛보게 하소서.



3. 사랑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행복한 해열이 지금임을 보게 하소서.

당신에 대한 처음의 그 느리고 애틋함. 오래 생각하고 오래 슬퍼하고 오래 고마워하던, 그 긴 시간들의 예열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지요. 지금의 아픔은 당신에게로 나아간 과속을 뒤로 물리는, 즐거운 유예, 말하자면 사랑을 곱씹어 키우는 아름다운 반추란 걸 알겠습니다.



4. 사랑하지 않았던 날들을 떠올리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때도 있었습니다. 당신이 꿈에 나타나지 않고 삶의 순간순간마다 내 눈 앞에 어른거리지 않았을 때 이런 방식으로 아픈 적은 없었습니다. 오로지 당신으로 인하여 아픈, 당신을 만난 순간부터 아픈, 이 모두가 사랑의 충만임을 인정하게 하소서.



5. 아프지 않음을 바라지 않게 하소서.

차라리 이보다 더 아픈 순간이 오더라도 감내할 수 있게 기도하게 하소서. 당신이 내게 온 것은, 어쩌면 내가 감내할 수 있음보다 더 큰 사건이니, 내가 괴로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당신 때문에 아픈 일은, 당신을 원망할 일이 아니라 바로 사랑에 대한 완전한 정의(定意)에 다름 아님을 말하게 하소서.




 

6. 시간이 지나가도록 바라지 않게 하소서.

이 시간이 아픔이니 얼른 지나서 그 아픔이 소진되는 순간이 와야겠다고 바라지 않도록 하소서. 아픔이 지나가면 사랑도 지나가는 것이니, 당신이 아픈 채로, 가슴이 쿡쿡 쑤시는 채로, 당신을 사랑하게 하소서. 수월하게 사랑할 것이었다면 당신을 만나지 않는 게 옳았겠지요. 고통으로, 이 시간을, 이 시간의 당신을 모욕하지 않게 하소서.



7. 결국 우리 백골로 누운 날을 기억하게 하소서.

이 아픔이 우릴 평생 묶어 놓을 수 없음을 알게 하소서. 결국 우린 깍지를 풀고 이토록 기꺼운 만남을 풀고 각자 돌아눕는 날이 올 것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백년 뒤의 우리가 1미터 지하에 누워, 그 후 영원 동안 미치도록 그리워할 수도 있음을 알게 하소서.



8. 살아있는 진정한 모든 것들이 아팠음을 통찰하게 하소서.

당신이 울었을 때, 당신의 눈물이 내 삶의 주름 속으로 흘러내렸음을 기뻐하게 하소서. 모든 종교가 말하는 그 기꺼운 배려와 복종이 당신에게서 나와 당신에게로 흘러갔음을 바라보게 하소서.



9. 당신을 위해 마지막으로 울 날을 떠올리게 하소서.

당신을 위해 마지막으로 우는 날이 당신을 위해 내가 드리는 사랑의 마지막 몫입니다. 당신에게 흘리는 눈물이 내 삶의 가장 촉촉한 정신, 내 삶이 그토록 흘러가고 싶던 슬픈 사랑의 천국이도록 하소서.



10. 당신과 내가, 함께 아파한 기억을 오래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소서.

당신과 내가 같은 고통을 가진 존재였음을, 먼 별에서도 기억하게 하소서. 당신과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오로지 저 고통의 추억을 우주에 각인하는 사랑으로 새기게 하고 싶어서였음을 깨닫게 하소서. 평생의 미안함으로 내가 늘 당신에게 눈을 깜박거리는 별빛이게 하소서.

 

 

 


음악: Loneliness, Fariborz Lac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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