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시대가 온다 17. 6차 분할의 원리와
싸이월드
웹2.0이란 무엇인가. 누구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종래의 인터넷 웹사이트와 비교해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더블 클릭'의 검색엔진이 1.0의 구버전이라면 '구글'은 2.0의 신버전이다. 홈페이지가 구버전의 것이라면 블로그는 신버전에 속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취미와 기호에 따라 모이던 인터넷 동호회나 '아이 러브 스쿨' 같은 아는 사람끼리의 버추얼 커뮤니티가 구버전이라면 6차 분할의 원리(6 degrees of separation)의 개념으로 만든 그것은 신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6차 분할'의 이론이라고 하면 남의 동네 이야기라고 미리 낯부터 가리겠지만 사실은 한국인에게 더 가까운 개념이다. 객줏집 같은 곳에서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만나 통성명을 했다고 하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뜻밖에도 그들이 다 같이 알고 지내는 사람 이름이 나오게 된다. 그러면 벌써 그들은 남이 아니다. 반색을 하고 다시 인사를 나누며 이렇게 말한다. "세상 참 좁네요!" 이 '좁은 세상'의 현상을 사회학자나 수학자들이 밝혀 내려 한 것이 바로 6차 분할의 원리라는 것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서로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다 아는 사람이 된다'라는 가설이다. 그 용어는 1930년대의 헝가리 작가 카린디의 단편 '사슬'에서 따온 것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연극.영화.게임 등의 이름으로 널리 사용되어 온 말이다. 다만 왜 그게 하필 6이냐. 호프집에서 맥주를 시킬 때에도 "한 두서너 병" 가져오라고 말하는 한국인이라면 그냥 '서너 다리 건너기'라고 하면 될 것을 가지고 헷갈리게 만든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또 해서는 안 되는 것까지도 숫자로 꼭 짚어 말하려는 서양인들의 디지털적인 표현이 문제다. 한국의 시골 농부들은 "서너 다리 건너서 모르는 사람 있나?, 처음 본다고 티격태격하지 말고 잘들 지내여"라고 말한다. 그렇다. 그런 감각에서 나온 것이 지금 인터넷의 화두가 되어 있는 2.0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커뮤니티 사이트들이다. 처음 생긴 6degrees.com은 문을 닫고 말았지만 2003년 3월에 출범한 실리콘밸리의 프렌드스터는 불과 반 년 만에 1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돌파해 새 인터넷 시대의 총아로 부상했다. 종전의 인터넷 동호회들은 기호나 취미만 같을 뿐이지 거의 다 낯선 사람들이다. 그 익명성으로 가려진 인간관계는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고 거칠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동창회처럼 아는 사람들만이 모이는 버추얼 커뮤니티는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를 연장한 것으로 그 폐쇄성의 벽을 넘지 못한다. 그렇다. 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약점을 뚫고 연분이라는 '좁은 세상'의 인간관계를 사이버 공간에 살려 방대한 인간사슬, 광대한 인간지도의 디지로그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 웹2.0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자기조직화의 증식작용을 거듭하며 번져 가는 이 '미지의 가치' 방앗간을 웹2.0의 선두주자 구글의 참새가 그냥 지나갈 리 만무하다. 프렌드스터를 3000만 달러로 매수하려다 실패한 구글은 독자적으로 28세의 젊은 사원 오큣에게 맡겨 개발자 이름을 그대로 딴 '오큣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www.orkut.com)를 만들었다. 직접 회원이 된 사용자의 실례를 보면 62명의 지인 등록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그들의 연줄을 타고 40만 명을 넘는 지인들과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인터넷의 SNS 사이트가 세계 도처에서 돋아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천지개벽처럼 나타난 한국의 싸이월드가 인터넷 공간에 지진을 일으켰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국 인구 절반을 휩쓸어 소셜 네트워크로 끌어들인 싸이월드의 기적이야말로 '서너 다리 건너기'의 한국적 연분 '사이'문화가 사이버의 '싸이'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
2006.01.18 20:44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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