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침묵>은 묘한 책이다.
우선 성(性)이란 단어에서 풍기는 통속성이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델마헤인은 진지하고 품위있게 성생활이란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십 세기 초까지 처녀의 순결성은 절대로 파괴되어서는 안될 신성불가침의 가치였다.
여자들은 혹시라도 정조를 유린당하면 자살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에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제 순결이라든가 동정이라는 단어자체를 고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미혼자들 뿐 아니라 결혼 관계에 있는 많은 부부들도 점점 도덕적으로 느슨해지는 듯하다.
일부다처제가 불변의 진리처럼 군림해서 아녀자들의 질투는 칠거지악이다 해서
이혼감이 되었던 때가 불과 이삼십 년 전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지금도 일부일처제란 제도는 표면적 약속일 뿐, 남자들은 유곽과 술집 심지어는
직장에서까지 혼외정사를 즐기며,아내들은 또 아내들대로 은밀하게 남자친구를 만들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변하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해서 다른 사람들의 가치판단과
인생항로에 도움을 주는 것은 그녀(델마 헤인) 같은 언론인들의 책임일 것이다.
-이나미-
성(性)의 침묵.
결혼이란 무엇인가?
한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
아주 가까워진다.
그리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성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이혼율이 높아져가고 있으며,삶의 영역이 확장되고
여성 자신들의 자포자기적 농담들이 보편화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결혼에 대한 생각은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여성들에게 결혼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모두 '영원히'라고 대답했다.자신이 이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과
몇사람 뿐이었다.
물론 완벽한 아내상은 아름답고,항상 미소를 짓고 있으며 생활에 만족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푸는 여성이다.
또한 우리는 어린 시절에 읽거나 들은 많은 러브 스토리 안에서 완벽한 소녀의 이미지를
본 경험이 있다.신데렐라와 인어아가씨가 왕자와 어울리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변신을
거듭해야 하는데 두 소녀에게는 '침묵'이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우리는 이런 동화 속에서 매혹적이지 않은 다섯가지 교훈을 배우게 된다.
사랑학 강의 1 :남성에게 선택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변신을 해야한다.
자기 자신을 고집하지 않을 때 , 사랑받을 수 있다.
사랑학 강의 2 :변화가 일어났다 하더라도,당신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가를,
그리고 그를 위해서 당신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시도했는가를 그 남자가 알아주기를
단지 말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사랑학 강의 3 :만약 그 남자가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싫어한다면 ,
당신은 사라져야 하는 위험에 놓이게 된다.
사랑학 강의 4 :당신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앙심을 품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사람들이 당신을 우아하고 ,조용하며,이타적이고 관용적인 사람으로 본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만이 당신은 '훌륭한'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랑학 강의 5 :한 남자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기꺼이 침묵하고 자신의 몸마저
버릴 수 있는 그러한 '훌륭함'은 완벽한 소녀-나중에는 완벽한 아내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한 여성들은 나이 든 반항아들이었다.
즉 그들은 완벽한 소녀라는 이상화된 이미지에 굴복하지 않고 사춘기를 보낸 여성들이다.
그들은 완벽한 소녀의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버리고 혼전성교를 경험했다.
그들은 결혼하기 전까지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켰다.이들은 완벽한 소녀에 저항하고 성적 쾌락을 추구하면서 많은 힘을 얻었다.
결혼은 여성들에게 단지 생활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남자들의 실체는 결혼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결혼으로 인해 자신의 자아를 결코 포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혼남성들은 오직 한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 경우라 할지라도 자신의 성적 관심이나
욕구를 계속 소유하는 반면,기혼여성들은 '내면적으로까지'오직 한 남자와만 성관계를
갖기를 원한다.
따라서 남성들은 들어내 놓고 간통을 하지만 여성들은 남의 눈에 보이지 않게 간통한다.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나 에세이들은 모험과 고난의 극복 등을 소재로 삼고 있다면
여성잡지들은 대체로 상실의 문제를 다룬다.많은 여성들의 글들은 다른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관계를 맺는다거나 다른 남성들을 기쁘게 하는 것을 주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들은 사춘기를 지내면서 그리고 결혼생활을 하면서 자신들의 진정한 자아를 억제하고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허구적 자아를 재창조하게 된다.
나는 '착함'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분노하고 있는
여성들의 침묵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여성들은 계속해서 '여성으로서의 자기 배역'을 충실히 수행하든지,아니면 자신의 성적 관심과
욕구를 다시 한 번 더 주장하고 결국 기차에 깔려야했던 소설 속의 여주인공이 되든지
양단간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나다니엘 호오든의 헤스터 프린느처럼 주홍색의 "A"(Adultness-간통녀로 일종의 사회적 축출을
의미하는 낙인)는 이제 "여자의 소명"을 증거하는 징표가 되었다.
그 주홍글씨는 이제 "보라!헤스터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그녀에게 배우라!"고 외친다.
그녀가 가부장적인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가진 정념 때문이다.
이러한 정념과 성적 욕구로 인해서 그녀는 죄인취급을 받았지만 성적 욕구와 정념은
그녀에게 '엄청난 행동력'을 부여했으며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주홍빛의 "A"자를
간통으로 해석하지 않고 "가능성"(Able)으로 해석하게 할 정도로 엄청난 감응력을
지니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부들은 외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반대로 사람들은 가정에서 섹스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면 외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부일처제적 부부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은 성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고 있다.어떤 이들은 외도의 유혹으로부터 배우자들을 벗어나게 하는 것은
섹스의 횟수가 아니라 그것의 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일부일처제적 부부들이나 그렇지 않은 부부들은 자신들의 성생활에 대해서 평균적으로
비슷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또 다른 가능성도 존재한다.즉 근본적으로 부부관계 자체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 외도를 할 수 있다는 이러한 말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외도를 하고 있는 부부들은 평균적으로 일부일처제 부부들만큼 자신들의
여러 관계들에 대해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관계들이 지속될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을 찾아낼 수 있다.
첫째로 배우자들이 그들의 관계에 대한 불만 때문에 외도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로 외도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간통이란 무엇인가?
남편 모르게 어떤 남자와 비밀을 나누는 것인가?
아니면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 다른 남자와 식사를 하는 것인가?
간통은 우정인가?혹은 우정에 대한 비밀인가?
간통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는 것인가?
1960년대에 여권운동이 일어나면서
남성이나 결혼보다는 자기 자신의 인간적 성숙에
관심을 쏟는 현대적 아내상이 등장한다.
현대적 아내의 목표는 자기 발견,자기 실현,자기 완성이다.
즉 남성들에 의해서 규정되거나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는 아내가 아니다.
현대적인 아내는 전통적인 낭만적 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며 창조적인 자기 표현의 길을
모색한다.아네트 로슨은 [간통]에서 "여성들은 그러한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닥쳐올 위험들을
감수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자기 발견에 이르는 길은 자기 자신의 성적 욕구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들을 탐구하는
것이다.자기변신을 시도해야 하는 한편 인간적인 성숙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과 쾌락을 고집해야 한다.
그 과정 중에서 여성들은 완벽한 아내상과 자기 발전에 대한 욕구간의 갈등 속에서 이타성과
이기성의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자기 실현의 절정-즉 성숙-을 이루기
위해 가족과는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없는 것인가 라는 회의를 품는다.
여성들은 그들 스스로가 완벽한 아내가 되려고 하면서도 속박당한다는 느낌 때문에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내들을 영원히 가두고 있는 '철창'을 파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것이다.나와 인터뷰한 여성들은 '우연하게'혼외관계를 맺게 된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많은 생각을 하고 난후 혼외관계를 갖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한다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그래선 안돼'하는 생각이 '그래야만 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여성들은 그런 순간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살아있고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의 육체는 다시 쾌락을 느끼게 되었고
나의 피부 역시 더없이 좋아졌어요.
난 단지 명암만이 드리워져 있던 삶에
화려한 색의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10 년 전보다 결혼 생활이 더 좋아졌어요.
내가 충분히 즐기는 한 결혼생활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거예요.
남편이 포악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찾는 것도 아니고
결혼 생활이 지겨워서 이혼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예요.
나는 단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난 나의 생을 위해서,바로 내 자신을 위해서 외도를 하게 된 것이죠.
난 나의 결혼생활과 섹스에 대해서 그렇게 기분이 좋아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난 남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지도 않고,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행복감을 느껴요.
자신감이 생기고 내가 내 운명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난 해방감을 느끼고 있어요.난 후회는 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난 여성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못된 짓을 했어요.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눈을 더 크게
뜰 수 있게 됐고....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요.
난 내가 좀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원했어요.그리고 내가 경험하고 있는 나 자신의
변화를 따스하게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기를 원했어요.
다시 말해서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남자를 원한 거지요.
나는 외도를 하면서 내 자신에 대해 애정을 느끼게 됐어요.
예전에는 내 몸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이어트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만족하고 있어요.
나의 몸매는 둥글고 부드럽죠.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난 이러한 새로움을 영원히 함께 나눌 수 있는 남자가 있었다면 그를 사랑했을 거예요.
난 모든 사람들에게 도전하고 있어요.난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
내 목소리로 크게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난 나의 성적인 느낌들이나 욕구들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되었어요.
난 오르가슴을 느끼기 바로 직전에 내 육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각들로 가득 차 있다는
기분에 빠지죠.그리고 세상이 현란한 빛깔로 보이게 되죠.
어떨 때는 오렌지빛으로,또 어떨 때는 푸른빛으로.
난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그러한 상태에 빠져 들게 되죠.
나의 육체는 허공에 뜨고 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게 되죠.
그것은 어느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해일과도 같은 것이죠.
마치 파도를 타듯이.
난 예전의 내가 아니예요.사고방식이 달라졌어요.
난 다른 음식을 사먹고 다른 쇼를 관람하고 다른 종류의 책을 읽고 있어요.
난 아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얘기하죠.
이제는 엄마와 자식들간의 진정한 관계를 알게 되었어요.
외도를 하기 전에는 내 자신이 불안정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죠.
외도를 경험하면서 난 내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읽을 수 있게 되었지요.
일반적으로 폐경기가 되면 여성들의 성적 감각이 쇠퇴하게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
50대,60대,70대의 여성들이 혼외관계를 맺고 있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혼외관계가 나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젊은 여성들만의 경험이 아니라 모든 여성들의 경험이었다.
오히려 나이든 여성들이 더 순수한 즐거움을 느꼈다.
특히 기혼여성들은 과거에 남자를 선택할 때 느꼈던 강박관념을 갖지 않고 혼외관계의 상대를
선택한다.왜냐하면 나이나 직업,사회적 지위,재정능력,결혼 등은 남편을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지 쾌락을 얻는데 있어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남성의 인간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진다.즉 그 남자가 친구로서 온화하며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그리고 육체적 매력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것들이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다.
대체로 여성들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성들이나 약간 어린 남성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통해서 여성들은 미혼 때 보다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되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남성들을 찾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그리고 여성들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재력이 모자라는 남자,혹은 미혼의 남자를 선택함으로써 관계를 좀더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들이 제시하고 있는 남성상은 미혼여성들의 남성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즉 그들이 선택하는 기준은 키가 크고 ,멋지고,부자이며 권력있는.....따위의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아니었다.
여성들은 혼외관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로 자신이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고통에 싸여
있었으나,자신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고도 느꼈다.
그들은 자신이 '살아있고 깨어있는'듯한 느낌을 가지고 좀 더 진정한 현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는 것이다.그들은 허위적인 자아보다는 진정한 자아에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새로운 관계 속에서 전혀 '아내 답지 않은'자아들,즉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다.
[외도의 대가]
외도를 하면서 자기 남편에게 외도한 사실을 고백한 여성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고백을 했더라도 그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떤 여성들은 남편들이 자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어떤 여성들은
남편들이 자신들을 용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아내들은 자기 남편을 계속 사랑했으나 어떤 여성들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다.
어떤 여성들은 자기 정부와 사랑에 빠졌으나 ,어떤 여성들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어떤 여성들의 경우에는 외도를 하는 동안이나 혹은 그 이후에 결혼관계가 더 강한 사랑으로
발전했으나,어떤 여성들은 외도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결혼관계가 처참하게 악화되었다.
어떤 여성들은 결혼생활이 외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으나,어떤 여성들은 결혼생활이
일시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파괴되었다.
혼외정사는 최상의 결혼생활을 파멸시키기도 했으며,최악의 결혼생활을 개선시켜
주기도 했다.혹은 최상의 결혼생활을 더욱 돈독하게 해주었고,최악의 결혼생활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혼하는 경우 여성들의 평균수입은 약 30 퍼센트까지 하락했다.
여성들은 제도의 힘과 남성들의 질시 그리고 돈의 위력을 잊지 말아야한다.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들 자신이 외도한 여성들이나 이혼한 여성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여러분이 살고있는 사회가 간통한 여성들을 여전히 더럽고 추잡한 여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계속 강조하지만 ,여성들은 외도로 인해 예나 지금이나
혹심한 처벌을 받는다.
간통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혹은 음악을 들을 때 항상 만나게 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호머시대로 부터 지금까지 서구문학을 사로잡고 있다.
로즈망이란 작가는 "간통은 유럽과 미국의 문학을 사로잡고 있는 중요한 주제들 중 하나"
라고 했다.남성들은 외도하는 아내에 대해 생각할 때,안나 카레리나,보봐리 부인,
헤스터 프린느,테스등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의 유령은 간통에 대해서 우리가 듣고 있는 모든 이야기들 가운데 배회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원죄,죽음,고립,수치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간통한 아내는 처벌받는다.그러나 간통한 남편은 처벌받지 않는다.
우리들은 남편들의 혼외정사를 비행으로 단정짓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는 소설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쟁취하게 위해 어떠한 고난도 물리치는
고귀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들의 행동을 평범한 것으로 느낀다.
영국의 사회학자 아네트 로슨은 그러한 남편들은 실제로 "선(善)을 추구하기 위해"그런 일을
벌인다고 말한다.
이와는 반대로 여성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선은 오로지 남편만을 섬기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관념 때문에 간통한 여성들은 용서 받을 수 없다.
의처증 남편들이 아내,심지어는 자식들과 아내의 정부까지도 살해하는 이야기들이 문학작품과
신문의 사회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살인은 결혼서약의 극적인 파기이다.
아내의 간통을 타락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즉 자연스럽지 못한 짓이며 비인간적인 생각-은
문학 작품을 통해서 잘 나타는데 아내의 외도를 눈치 챈 남편은 아내를 때리며 다음날 아침까지
집을 나가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곤 한다.
간통한 여주인공이 정열적으로 연애를 했다하여 살해되거나 제거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지 않는 소설은 단지 몇 편에 불과하다.
간통을 비난하는 문화 속에서 여성들이 받게 되는 제약은 더욱 심하다.
처벌을 받아도 여성들이 더 심하게 받는다.
인류학자 수잔느 프레이저는 과거와 현재의 62 개 문화권에서도 남성이 두 개의 기준에
저촉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서 간통을 허용하는 문화 속에서 여성들에게는 그것이 허용되지 않았으나
남성들에게는 허용이 되었다.
58개의 문화 가운데 26퍼센트는 남편의 혼외정사를 인정했고 아내의 혼외정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48개의 문화 가운데 26개의 문화는 남편이 간통한 아내를 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이러한 사회에서 남편들이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들 가운데 간통이 세 번째
사유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흥미를 갖고 프레이저는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나는 많은 경우에 간통이 법정소송으로까지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이유는 아내들이 그 이전에 이미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에 따라서도 간통을 각기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유대교 율법에서는 기혼여성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정사를 벌인 경우 간통죄를 적용한다.
그러나 기혼남자는 기혼여성과 정사를 벌인 경우에만 간통죄에 해당된다.
이 율법은 남성 중심의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으며,미혼여성과 기혼남성의 애정관계가
결혼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문화에 따라 간통한 여자의 다리에 징표를 남기거나 다리를 칼로 찌르기도 한다.
혹은 그 마을에서 그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남자들에게 넘겨 버리는 경우도 있다.
서아프리카의 어느 부족들은 간통한 여자는 그 자리에서 처형된다.
이슬람의 율법에 의하면 남편은 혼외정사를 벌인 아내를 언제든지 살해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간통한 여자는 돌로 때려 죽일 수 있게 되어 있다.
멕시코의 어느 지역에서는 간통한 여자를 돌로 때려 죽이기 전에 그녀의 코와 귀를
자르기도 한다.
혼전성교에 대한 규제가 놀랄만큼 완화된 반면,혼외정사에 대한 규제는 안나 카레리나
시대만큼이나 엄격하다.
우리들의 문화적 정서는 과연 여성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성적인 관심이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 잘난"미국의 주류 소설 가운데 바로 여성 자신의 시각에서 여성의 성문제를 기술한
소설이 어디 있는가?
여성들 자신의 바람직한 이상이 아닌 성적 욕구에 대해 기술한 소설이 어디 있으며 ,
여성(소녀)들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에게 매혹을 느끼는 내용의 소설이 있는가?
잠자는 미녀가 스스로 잠에서 깨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있는가?
로리타가 자기 자신의 성적 쾌감에 대해 말한 것이 어디에 있는가?
마릴린 먼로가 자신의 섹스에 대해 말한 것이 어디에 있는가?
여성(소녀)의 침묵과 그 목소리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겠는가?
여성(소녀)의 성적 욕구를 일종의 비밀로 그리고 전혀 들을만한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침묵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남성의 성은 여성에 대한 욕구라는 이미지와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반면,
여성의 성은 자궁이나 질,혹은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볼 수 있는 해부학책의 그림과
결합되어 있다.
여성들이 자신의 성적 쾌락을 기술하거나 좋고 나쁜 것을 정확히 규정하거나 ,
혹은 소녀들 자신의 시각에서 성적인 성숙과정을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1933 년에 프로이드는 "여성다움의 수수께끼"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한탄을 했다.
남성의 성생활의 경우는 자료 수집이 용이하지만,프로이드가 말한 대로 여성의 성생활은
".......여전히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장막에 싸여 있다"따라서 그는 여성의 성을
"암흑의 대륙"이라고 규정지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암흑의 대륙은 다름아닌
"여성의 침묵"이라는 세계이다.
여성들 자신이 침묵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침묵을 강요당한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작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말이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오랫동안 여성이 정념을 표현함으로써 처벌을 받게 되는 사례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따라서 그들은 정념과 처벌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작가들이 사회의 규범에 따라 여주인공들을 살해하기로 결정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책에서,연극에서 그리고 영화와 텔레비젼,신문등을 온통 뒤덮고 있는 정열적이고
발랄한 여성들의 시신들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성들은 그런 문화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간통이 사회적인 규범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자신의 경험이 입 밖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성에
대해 침묵한다.우리 또한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은
매춘부들이 말을 한다고?
말은 무슨 말을 해?
하기 때문에
진실은 이렇게 쉽게 오독된다.
진정으로 여성이란 어떤 존재이며,
여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실제로 여성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이 지금 현재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블라디미르 나브코프는 [보봐리 부인]에 대한 강연에서 간통은
"관습적인 것을 극복하는 가장 관습적인 방법"이라고 말했지만
이제 여성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시적인 성교가 아니라
지속적인 친밀성 혹은 우정관계이다.
결혼으로 인해 존재 자체가 변화하는 것은 언제나 여성들이다.
결혼은 남자들의 실체를 변화시키지도 않으며 결혼을 한 남자들이
자신의 자아를 여성들 처럼 쉽게 포기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가끔은 분노했으며 가끔은 허탈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조금쯤 웃을 수 있었다.-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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