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란 과연 여성이 여성으로써의 자아를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는걸까.
우리는 문학 속에서 영화 속에서 그리고 나아가서는 성경에 이르기까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서 방황한 숱한 여자들의 얘기를 들어왔고 보아왔다.
그러나 한결같이 그녀들은 나처럼 절망했고 때로는 행복해 했으며 때로는 나약하다가
가끔은 남자의 품 안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죽어갔다.
나는 사라와 실비아,그리고 아나이스 닌을 철저히 나의 시각으로만 만나려한다.
우선 사라의 얘기부터 할 셈이다.
이유는 사라가 '그녀들' 중에서 최고의 연장자이며
최고의 절세가인이기 때문이다.
사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모두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매력적인 미모를 갖추고 있었으며
모든 남자들은 사라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사라의 남편이자 첫사랑이었던 아브라함 역시 사라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사라는 첫 월경이 시작 되던 날에 자신이 장차 좋은 아내가 되겠지만 고집이 좀
세다는걸 느꼈다.
자신의 아버지가 정해준 고상하고 거만한 신랑감 대신 열등한 하급신을 모시는
아브라함이 '전투보다는 달리기를 잘 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아브라함에게
자신의 생애를 전부 맡긴다.
사라는 아브라함이 자신에게 해줄 첫 키스를 기대하면서 왕과 귀족들의 청혼을 물리친다.
그녀에게 있어서 질과 자궁은 언제나 아브라함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녀의 육체는 언제나 질만을 위해 살아 숨쉬는듯
따스한 자궁 안으로는 결코 아이를 가질 수 없었고 아이를 잉태하지 못한
납작하고 아름다운 배와 시들줄 모르는 아름다운 몸은 세월을 비켜가기라도 한듯
언제나 싱싱하고 젊은 여인처럼 탱탱했다.
그러나 사라의 남편 아브라함이 어린 신부같은 미인을 둔 탓에 자식없는 서글픔을 전혀
못느낀 것은 아니다.
수 많은 달과 계절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도 사라의 젊음이 시들지 않자 사라와 아브라함은
처음엔 그것에 대해 황홀해 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부담감과 두려움에 사로 잡히기 시작했다.
사라는 아이를 잉태한 여자처럼 자궁 달린 펑퍼짐한 엉덩이와 축 늘어진 뱃살과
늙음의 징표인 주름살을 간절히 원했지만 아이는 오랜 세월 동안 잉태되지 않았고
여전히 텅 빈 배와 매끈한 뺨과 목과 가슴의 선 또한 젊은 여인처럼 언제나 싱그러웠다.
그녀가 이삭을 잉태한 것은 폐경이 지난 후에 비로소 아브라함의 품에서 벗어나
자신의 손으로 하갈이라는 씨받이를 들인 후였다.
그녀는 여전히 죽는 순간까지도 아브라함을 사랑했지만 아브라함이 하갈을 안을 때
질투했으며 그와 소리 쳐 가며 싸우기도 했다.
아브라함이 임신 중인 풍만한 육체의 하갈과 뒹굴고 웃을 때
사라는 자신의 젊은 육체를 뼈저리게 증오했다.
차라리 다른 여인들처럼 늙고 쇠약해진 몸으로 휘청 휘청 걸어다니고 싶었다.
애들을 주렁 주렁 낳아 삶에 찌든 피로와 주름살로 가득한 노파들이 더 부러울 지경이었다.
사라가 마침내 오랫동안 남편과 이어져 왔던 육체의 문을 걸어 잠그고
남편을 놓아주었을 때 비로소 그녀는 자궁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결실이 이삭이다.
실비아 플러스는 미국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류시인이다.
그녀는 촉망받는 작가였고 재능이 넘치는 여성 문인이었다.
그러나 그런 재능도 실비아가 같은 문인인 테드 휴즈와 결혼하기 전까지만
도드라지다가 결혼 후에 실비아는 글쓰기 대신 남편만을 위해서 헌신하다가
점차 재능과 머리는 닫아 걸고 질과 자궁만을 열어둔다.
실비아 플러스가 평생 유일하게 사랑한 남자 또한 공교롭게도 테드 휴즈 한 사람 뿐이었다.
그들은 불꽃처럼 사랑을 속삭였으며 반려자인 동시에 같은 문인으로서 공감대가 통하는
친구였다.
그러나 실비아는 자궁 속에서 아이가 자라나고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자
글쓰기 대신에 빵을 굽고 집 안일에서 더 행복을 찾던 순진하고 귀여운 여자다.
말 그대로 정숙하고 한 남자만을 사랑하는 그런 가정적인 여자가 되어 갔다.
그러나 테드 휴즈는 실비아에게 이제 자궁을 닫고 머리를 열으라고 강요했다.
실비아는 여전히 아름다왔고 재능이 넘쳤으나 그녀는 아이들과 집 안 일에 치여서
점차 사랑하던 남편에게 짜증을 부리는 날이 늘어났다.
남편이 문인으로서의 활동에 왕성하게 몰두할 때 그녀는 집에서 빵을 굽는게 더 편했고
집 안 일에 녹초가 될 때면 갑자기 글쓰는 일이 두렵기까지 했다.
아이들이 두 명으로 늘어나자 그녀는 신경이 예민해져서 차츰 남편에게 강짜를 부리는
횟수가 늘어났고 그녀의 그런 집착은 결국 남편의 외도에 이르러서야 끝난다.
실비아는 끝내 남편과 이혼했으며 이혼 후에야 비로소 자신 안의 자유를 발견한다.
그러나 이혼 후의 삶이 만만치 않았던듯 그녀는 두 아이를 남겨두고 가스 화덕에서 자살을 한다.
아나이스 닌.
아나이스 닌은 순진함에서 방탕함으로 걸어 들어간 대찬 여성이다.
일기를 통해서,그리고 놀라운 성적 체험을 통해 유명해진 그녀는
어린 소녀 시절엔 순진하고 착한 아이로 몸이 허약했다.
피아노 연주자로 자기 중심적이고 정열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아나이스 닌이 열 살이 되던 해에 결혼 생활을 깨버렸다.
이 때 부터 어린 소녀는 사랑하기도 하고 증오하기도 하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다가 이것이 일기로 변한다.
아나이스도 사춘기에 남자들을 사귀었으나 얌전하고 낭만적이었다.
<그녀로 하여금 생애 처음으로 진정한 열정>을
느끼게 해 준 사촌 애드워드 산체스와는
단지 문자로만 사랑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그들은 문학을 얘기하며 사랑을 주고 받았다.
문학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일기를 주고 받았으나 그들의 사귐을 만류한 부모는
곧 그들을 다시는 못만나게 한다.
애드워드는 아나이스에게 이별의 선물로 책을 선물하고 서정시를 보낸다.
'잃어버린 나의 공주에게'
"나의 날개가 풀려나는 날 ,나는 청춘기의 모든 열정과
격정과 환희와 더불어 너를 향해 날아가리라."
그리고 뉴욕에서 장차 자신의 남편이 될 위고 파커 길러를 만났을 때만 해도
아나이스는 여전히 순진하기만 했다.
이 때도 그들의 공통된 화제는 문학이었다.
둘은 에머슨에 대해 이야기 했고 ,
말보다는 눈으로 더욱 더 많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때때로 위고의 시선에서 자신을 떨리게 만드는 광채를 발견하고 놀란다.
남자는 만난지 이 년째에서야 그녀의 손을 겨우 잡기에 이른다.
만난지 삼 년 째에 접어들자 그들은 결혼을 했고,
신혼의 밤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아나이스의 남편은 그녀를 범하기는 커녕 간신히 건드리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젊은 아내는 희망으로 가득차 기다리지만 경험이 없는 남편은 아내의 잠옷만
더럽히고 만다.
다음날,그리고 몇 달이 지나도록 그는 그녀를 완전히 소유하지 못했다.
젊은 아내의 실망은 대단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다른 모든 것에는 그토록 예민하면서도 성적인 분야에는
완전히 문외한"이라고 나무랐다.
그러나 은행가가 된 위고는 그들 부부가 충분히 쓸 만큼의 돈을 벌었으며
아나이스는 일기를 쓰는데 열중 할 수 있었다.
아나이스 또한 집에서는 보통의 아내들 처럼 흔쾌히 가사 일에 몰두했다.
남편이 귀가하면 그녀는 재빨리 그의 담배 파이프와 실내화를 챙겨 주었으며
늘 남편의 커다란 신발을 꺠끗이 닦아 놓고 양말을 챙겨주었다.
이들 부부는 마침내 부부로써의 균형을 찾는데 성공했으나 ,
남편이 파리로 전근하면서 이 균형점이 깨진다.
그녀는 세련된 파리의 문화 안에서 조금씩 자신의 진정한 본성은
'한 사람의 아내가 되고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강하고 위대한
무엇인가를 창조하고자 하는 생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그 때부터 아나이스 닌은 반항하는 여자!
변덕스럽고 지독하게 행동적인 여자!
그리고 정열적인 여인이 되었다!
아나이스는 그 뒤로 사교계에 진출한 뒤에 다수의 남성들과
가벼운 연애 장난이 아니라 그들과 육체적인 모험으로까지 가기를 원했다.
결국은 자신의 운명의 남자인 헨리 밀러를 만나게 된 그녀는 이미 인간 성욕의
한계에 대해 도전하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헨리 밀러의 정부가 된 뒤로 복잡한 성관계를 맺었으며
나중엔 동성애와 근친상간 까지도 저지른다.
아나이스는 진정한 페미니즘을 자신의 삶에서 이룬걸까.....
그녀들 세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전까지는 아직은 모를 비밀로만 여겨진다.
다음 칼럼에서 그녀들의 대담 형식의 얘기와 함께 현대를 사는 란이도 슬쩍 끼어 들어서
나 또한 나의 페미니즘에 대해서 한 번쯤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나 또한 사라처럼 조바심 쳤으며 혹은 실비아처럼 울었으며 가끔은 아나이스 처럼 욕망했고
또한 그녀들 처럼 고통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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