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사 랑

사랑법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리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침묵이 때때로 커다란 나무가 될때가 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보내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면서 바라보는 영혼은 땅속에서 막 파낸 석관처럼 차고 단단하다.

꽃과 하늘과 무덤에게조차도 침묵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 침묵은 죽음의 공간을 배회하는 무거움의 침묵이 아니라 불과 같이 하늘로 타고 오르는 향일성 침묵이다.

침묵이 쉽게 흐르지않고 가볍게 움직이지 않아서 가끔은 하늘을 등 뒤에 거느리는 커다란 나무가 될 때가 있다.

'--------- 사 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0) 2014.07.18
사랑  (0) 2014.05.21
사랑하는 그대에게(그리움)  (0) 2013.09.15
사랑  (0) 2012.06.16
화담 서경덕  (0) 201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