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리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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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때때로 커다란 나무가 될때가 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보내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면서 바라보는 영혼은 땅속에서 막 파낸 석관처럼 차고 단단하다.
꽃과 하늘과 무덤에게조차도 침묵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 침묵은 죽음의 공간을 배회하는 무거움의 침묵이 아니라 불과 같이 하늘로 타고 오르는 향일성 침묵이다.
침묵이 쉽게 흐르지않고 가볍게 움직이지 않아서 가끔은 하늘을 등 뒤에 거느리는 커다란 나무가 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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